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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고향 江湖 / 이영환 새벽이 어둠을 살짝 밀어내면흐뭇하게 보이는 아스라한 두리봉 산 능선누렁이 몰고 오르던 그곳아! 여기가 바로 내 고향인 것을. 돌감나무 가지에 얼기설기 둥지 튼 까치먼 길 찻아온 손님 먼저 반기며깍 깍 맞이하든 곳아! 여기가 바로 내 고향인 것을. 여름이면 옷일랑 훌렁 벗어던지고서로 먼저 뛰어들어온몸에 뻘 칠하며 미역 감든 곳아! 여기가 바로 내고향인 것을. 아버지 쟁기 메고 밭 갈러 가실 때꼴망태 둘러맨 아이배고파 응석 부리던 그곳아! 여기가 바로 내고향인 것을. 내 나이 산수(傘壽) 지나늙은이 되고 보니막걸리 잔 부딫힐 친구 그리운아! 여기가 바로 내 고향인 것을.

단풍잎

단풍잎 江湖 / 이영환 앞산 붉은 단풍잎수줍어 더 빨개진 잎새산들 바람에 살랑인다. 노란 자태 뽐내는뒷산 은행잎도가을의 풍요로움에흐뭇한 미소로 화답하네. 그 아름다움도세월 흐르면나무들이 살짝 밀어낼 텐데. 낙엽이 되면 어떠하리따듯한 봄에 움 틔웠고싱그러운 여름에 젊음을 발산했는데. 마지막 석양빛 같은 고운 빛깔로 축복받으며 떨어지는 것을. 땅에 뒹굴다 밟히면 어떠랴내 할 일 다하고내년에 새싹 밑거름 되려고 가는 것을.

입추

입추 江湖 / 이영환 하늘색은 가을인데더위에 지친 뭉게구름파란 하늘 머리에 이고갈 곳 몰라 방황하네 솔솔 부는 남서풍에후텁지근 한 찜통 바람짓궂은 어떤 이가봉평에다 옮겨놨네 어느 누가 입추라고가을 왔다 하겠는가푹푹 찌는 이 더위에대책 없는 사람들아 코스모스 고운 꽃잎언제쯤 피어 나서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가을 소식 전하려나(26년 무더운 立秋 날 봉평에서)

가을이 그리울 때

가을이 그리울 때 江湖 / 이 영 환 울긋불긋 산야에고운 단풍잎찬란한 그 색깔 고이 모아서 붉은빛 흐려지는 내 가슴에아름답게 물들여 숨겨 두었다가 고운 빛깔 떨어진 앙상한 가지세찬 바람에 울부짖을 때 아이야,하얀 눈 내리는 겨울 오거든가슴에 고이 둔 그 빛깔로 거짓없는 새하얀 도화지 위에너와 나의 아름다운 가을을 다시 그려 보자꾸나.

아! 드디어 가을이 왔나 보다

아! 드디어 가을이 왔나 보다 강호 / 이 영 환 아! 드디어 가을이 왔나 보다 누런 빛으로 물들어 가는들판을 바라보는 농부의 벅찬 가슴에아! 드디어 가을이 왔나 보다 빨간 단풍잎은 아직 멀었지만잠 못 드는 밤성급한 귀두라미 소리에슬슬함이 녹아드는아! 드디어 가을이 왔나 보다 마음 한구석 텅 비어 울 엄마 생각에눈시울 찡해지는아! 드디어 가을이 왔나 보다 숨이 막힐 정도로긴 여름을힘겹게 달려왔는데아! 드디어 가을이 왔나 보다 아! 드디어 시원한 가을이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