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눌님을 독대한 정승댁 며느리
옛날 하고도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장죽 물고 "어흥"하며
산천경계 유람하던 그 옛날, 동방예의지국 어느 정승댁 며느리가 創造主 하눌님을 찾아가서 당당하게 독대를 청하고 남녀 평등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내용인즉, 인간이 아기를 만들 때는 남녀가 합작해서 맹글었는데 왜 여자만 산통을 겪어야 합니까? 하느님이 아닌 창조주 하눌님은 고통분담의 평등주의 정책을 즉각 시행하라 시행하라 하고 다그쳤다.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땐 온세상 여성들을 모두 모두 불러 모아 유모차 끌고 촛불시위 하겠노라고. 촛불시위 소리에 겁을 먹은 하눌님, 정승 며느리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후 온세상 모든 남자들은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겪는 고통을 진통에서 출산까지 똑 같이 당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조정승의 며느리가 만삭의 배를 양 손으로 싸 안고 "아이고! 나죽네!"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방바닥에 나딩굴고 있을 때,
이와 동시에 정승댁 하인놈 멍쇠가 마당을 쓸던 빗자루를 내던지고 "아이고 나죽네!"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마당 한가운데서 나뒹군다.
그런 일이 있은 얼마 후, 박첨지 며느리가 아기를 낳을 때, 건너마을 송서방이 뒹굴었고.
훈장님 마누라가 아기를 낳던 날 절간에서 염불하던 스님이 뒹굴었고, 구케이원 마누라가 아일 날 때는 운전기사 양반이 "아이고 배야!" 하숙집 아줌마는 강원도서 유학 온 하숙생이. 최영감댁 손주며느리는 우유배달부가 "아이고 나 죽네!" 하면서 아스팔트위에서 나 뒹굴었다. 강부잣집 세째 며느리 때는 교회에서 설교하던 목사님이 배를 움켜잡고 강단에서 때굴때굴 굴렀다. <알면 병이요, 모르면 약이로다> 사태가 이쯤 돌아가자 집에서 쫓겨난 여인들이 하눌님께 찾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남녀평등 필요 없다. "원상복귀하라!" "원상복귀하라!" "원상복귀 안하면 촛불시위 각오하라 각오하라 각오하라!" 촛불시위 엄포 한방에 놀란 하눌님 그래서 원상복귀 했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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